죽은 뒤 받는 보험금, 살아 있을 때 연금으로 받는 방법이 있다면
노후 준비는 머릿속으로는 늘 생각하게 되지만, 막상 “이거다” 싶은 대책을 세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연금, 부동산, 금융상품 이야기는 많지만 현실과 딱 맞아떨어지는 해법을 찾기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도입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는 이미 가입해 둔 종신보험을 해지하지 않고도, 그 안에 잠자고 있던 돈을 연금처럼 나누어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제도입니다.
말 그대로,
‘내가 죽은 뒤 유족이 한 번에 받도록 설계된 돈’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쓰는 노후 소득’으로 바꾸는 개념입니다.
이미 종신보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제도이기도 합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쉽게 말하면 무엇인가
종신보험은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내면서 유지하는 보험입니다. 이 보험을 중간에 해지하면 일정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이 돈을 흔히 ‘해약환급금’이라고 부릅니다.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쉽게 말하면 오래 모아둔 저금통과 비슷합니다. 지금 당장 깨면 안에 들어 있는 돈을 꺼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이 저금통을 아예 깨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저금통은 그대로 두고 그 안에 쌓인 돈을 바탕으로 매달 조금씩 생활비처럼 나누어 받도록 바꿔주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30년 동안 종신보험을 유지해 지금 기준으로 해약환급금이 1억 원 정도 쌓여 있다면, 이 돈을 한 번에 받는 대신 10년이나 20년에 걸쳐 연금처럼 나누어 받는 구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사망보험금 전체를 미리 받는 건 아니다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사망보험금 전부를 미리 당겨 받는 제도가 아닙니다.
유동화는 사망보험금의 일정 비율 범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제도상으로는 최대 90%까지 설정할 수 있지만, 반드시 일정 비율(약 10~30%)은 유족을 위한 사망보험금으로 남겨두도록 설계됩니다.
즉, 노후 소득도 확보하면서, 기존에 생각해 두었던 유족 보장 역시 함께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어떤 종신보험이 대상이 되는가
모든 종신보험이 유동화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제도 기준으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일 것
- 보험료 납입이 이미 끝난 계약일 것
- 계약 기간 10년 이상, 납입 기간 5년 이상 등 요건 충족
-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할 것
- 보험계약대출이 없는 상태일 것
반대로 변액종신보험, 금리연동형 종신보험, 단기납 종신보험, 초고액 사망보험금 계약 등은 1차 유동화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언제부터, 몇 살부터 가능한가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는 2025년 10월 30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일부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상품이 출시되었고, 대상 연령도 만 55세 이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금융당국은 유동화 대상이 되는 계약자에게 문자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개별 안내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상 계약 규모는 수십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보험대출이나 기존 제도와 무엇이 다른가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보험계약대출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대출처럼 이자가 붙거나, 나중에 상환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또한 중대질병(CI) 진단이나 말기 환자 상태에서만 가능한 기존의 사망보험금 선지급 특약과도 다릅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특정 질병 진단 없이도, 연령과 계약 요건만 충족하면 노후 소득 확보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취지가 다릅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종신보험을 해지하지 않고도 그 안에 쌓여 있던 가치를 노후 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맞는 선택은 아니지만, 이미 종신보험을 오래 유지해 온 사람이라면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것” 자체는 한 번쯤 알고 넘어갈 필요는 있습니다.
노후 준비에는 정답이 없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차분히 점검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